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독서 서평

지금 내가 가진 것은 내 것이 아니다 - 무소유

by 가온나 2022. 11. 8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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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무소유> 법정 / 범우사

 

1. 읽기 전 '무소유'에 대한 나의 이해

  솔직히 나는 시쳇말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[무소유]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.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내가 태어나던 해인 1976년에 초판 인쇄되었고, 2001년에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스테디셀러였다. [무소유]라는 것은 우리가 쓰는 일상의 한 단어로 쓰일 정도로 회자된 단어였다.

 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지금껏 친구 뻘인 이 책의 진짜 뜻을 모르고 있었다. 그냥 제목 그대로 이해하고, '물욕 없는 스님께서 하시는 말씀이니, 속세에 사는 나랑은 무슨 상관일까? 하지만 내가 이대로 살다가는 패배자가 될 수 있겠다.'는 지레짐작으로 여태껏 이 책을 멀리 해왔다.

  스스로를 전혀 깨닫고 있지 못했지만, 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'나'라는 사람은 참 무지하고, 편협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으니, 법정 스님께서 주신 깨달음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.

 

2. 읽은 후 '무소유'에 대한 이해

  가. <소유>에 대한 의미

  책을 이해하는 정도가 짧은 저의 관점에서 볼 때, 스님은 <소유>를 '집착'으로 해석하시는 것 같다. 그리고 불교에서 말하는 <해탈>이라는 말을 이 '집착'으로부터 벗어난 '자유'라고 이야기한다. 나는 아래의 내용에서 그 의미를 찾았다.

 -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.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.   P. 24
 - 집착은 우리를 부자유하게 만든다. 해탈이란 온갖 얽힘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자재의 경지를 말한다. 그런데 그 얽힘의 원인은 다른 데 있지 않고 집착에 있는 것이다.   P. 75

 

  나. <무소유>에 대한 의미

  앞에서 이해한 바와 같이 '집착으로부터 벗어나는 것'이 <무소유>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, 스님은 이 '집착'은 물건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마음에 대한 것에서도 자유로워야 된다고 이야기하시는 것 같다.

  즉 마음에서의 집착을 버리면, 인간관계에서 어떤 사람을 대할 때, 그 사람에 대한 편견, 선입견, 오해를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인데, 그 궁극적인 형태가 속세를 떠나서 '출가'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.

  이렇게 집착을 버리는 행위는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[본래무일물] 사상에서 온 것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.

- 본래 한 물건도 없다는 것.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가지고 온 것도 아니고, 이 세상을 하직할 때 가져가는 것도 아니다. 인연 따라 있었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고 마는 거다. 언젠가 이 몸뚱이도 버리고 갈 것인데..  P.54

  스님은 이 [본래무일물]에서 의미가 확장되면 '이웃'이라는 공동체의 존재, 내가 가진 '집착'을 버려 '이웃'에게 '나눔'의 행위가 중요하다고 보신 것 같다. 아마도 여기에서 <무소유>는 '어떤 것을 가지지 말라'는 의미가 아니라 '나에게 불필요한 것을 이웃에게 나누라'는 말로 정의될 수 있을 것 같다.

  그리고 <어린 왕자>의 글귀를 인용하면서 사회에서 '나'와 '너'를 연결시켜주는 공동체가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, 공동체 사회의 중요성을 이야기도 해주고 있다.

 - 이 세상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많은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살고 있다는 사실    P. 56
 - 내 것이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손해란 있을 수 없다. 또 내 손해가 이 세상 어느 누구에겐가 이익이 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잃은 것이 아니다.   P. 56
 - 물건이란 본래부터 내가 가졌던 것이 아니고 어떤 인연으로 해서 내게 왔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떠나가기 마련이라.   P. 46
 - 그토록 절절한 '관계'가 오늘의 인간 촌락에서는 퇴색해 버렸다. 서로를 이해와 타산으로 이용하려 들거든. 정말 각박한 세상이다. 나와 너의 관계가 없어지고 만 거야. '나'는 나고 '너'는 너로 끊어지고 말았어. 이와 같이 뿔뿔이 흩어져 버렸기 때문에 나와 너는 더욱 외로워질 수밖에 없는 거야. 인간관계가 회복되려면, '나'와 '너' 사이에 '와'가 개재되어야 해. 그래야만 '우리'가 될 수 있어.    P.113

 

3. 마치며

  2010년 스님께서 입적하실 때 다시 한번 이 책이 사람들 사이에서 부각되었는데, 그 이유는 스님께서 유언으로 자신의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고 하신 데에 따라 희귀 책이 되어 버린 탓이다. 제가 읽은 책이 2008판이므로 거의 마지막 인쇄본인데, 가격이 6,000원으로 표기되어 있는 이 책 가격이 몇 십만 원 대로 올랐었다고 한다.

  여기서 나의 무지함이 또 드러나는데, 이런 사실도 모르고 이 귀한 책에 줄을 그어가며 읽었다는 점이다. 한편 아이러니한 것이 <무소유>하라는 스님의 가르침을 쓴 책이 이렇게 취급되는 것에는 안타깝기도 했고, 저 또한 이 책을 읽었음에도 이 책을 계속 <소유>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, 배움이 무소용인 인간이 바로 제가 아닌가 생각도 해보게 된다.

  개인 수필집 특유의 아름다운 글들이 너무 많고, 반복하여 읽으면 읽을수록 느껴지는 바가 더해가니, 삶의 지침서라고 해도 무방할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. 혹시 나와 같이 아직도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꼭 읽어서 마음의 충만해지는 경험을 해보았으면 한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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